2017년 5월 31일 수요일

비단키위

그린키위, 골드키위, 비단키위가 각각 꽃이 피어 수정되는 시기가 다르다.
그린과 골드키위는 이미 개화와 수정이 끝났고, 이번 주가 비단키위 개화시기이다. 이 시기에 맞춰 수정을 조절해 주어야 한다.

한 마디에 세 개의 꽃이 피는데, 한 가운데 있는 봉오리가 가장 먼저 꽃으로 피어나고, 순차적으로 나머지 두 봉오리도 꽃을 피운다.


비단키위의 꽃들



너무 많은 꽃이 수정이 되어서 전체적으로 과일의 품질이 떨어지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는 다음 세 가지 방법 중에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

1. 꽃이 피기 전에 가운데 봉오리만 남겨두고 나머지 두 개를 따 버린다.
2. 가운데 꽃봉오리가 벌에 의해서 수정이 되는 시점에 수나무의 꽃을 없애서 나머지 두 개의 꽃이 수정되지 않게 한다.
3. 수나무를 없애버리고 가운데 꽃에만 인공수정을 시켜준다.

마디마다 세 개의 꽃봉오리가 있다.

가운데 꽃봉오리만 남기고 나머지 것들을 제거하였다.

팔을 들고 벌 서는 자세로 계속 일을 하니 어깨가 많이 아프다. 그리고 "따 버려진 저 두개의 꽃봉오리들도 자연상태였다면 잘나든 못나든 열매를 맺었을 텐데..."하는 생각에 마음도 편하지는 않다. 이래저래 농사일은 쉽지 않다.


2017년 5월 30일 화요일

터 잡기


삼산면에 땅을 하나 보러 다녀왔다. 4300여 평.
 
가로세로 길이가 각 1미터인 땅의 넓이는 1제곱미터이고, 평으로는 0.3025평이다.
축구장 넓이가 2160평이다. 그러니 축구장 두 개 보다도 넓은 땅이다.
 
토지 중간에 누군가 알박기 해 놓은 땅이 있고, 무덤이 하나 있으며, 아래쪽에 축사가 하나 있어서 더 이상 생각할 필요도 없었지만, 넓이만으로도 내가 감당할 수 없는 땅이었다.
그 넓이를 관리하자니 몸이 망가질 것이고, 관리하지 못하면 얼마 못가서 정글이 되어 버려 주변 환경을 망쳐 버릴 것이다.


작년에 내려왔을 때 보았던 땅이 있었다. 1000평 남짓 되었었는데 오늘 알아보니 팔려 나갔다고 한다. 주변에 해산물 가공하는 공장이 있고, 정체가 모호한 이웃들이 몇 가구 있어서 포기 했었던 땅이다. 크기와 위치는 적당했었는데...
 
크기, 위치, 도로, 이웃, , 바람, 축사, 묘지, 개발가능여부, 전기, 가격 등등 따져야 할 것이 너무도 많아서 땅을 구하기가 쉽지 않다. 50점짜리를 구해서 80점짜리로 만들어 살아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음에도 쉽지 않다.
 
현재 가장 마음에 두고 있는 땅은 임야인데 공익용산지여서 개발행위에 너무 제약이 많아서 고민이다. 개발행위가 어려운데도 값은 전답보다 비싸게 부르니 망설여지지 않을 수 없다.
 
이곳저곳에 발을 걸쳐 놓았다. 내일도 새로운 원주민 한 분을 만나볼 것이다. 발이 넓은 분이라고 한다. 이렇게 찾다보면 70점 정도짜리는 구할 수 있지 않을까? 마음을 느긋하게 가져 보리라.
 
땅을 보러 나간 김에 사우나를 하고 돌아왔다. 그간의 피로가 상당부분 가시는 듯 했다. 시골은 사우나비용도 싸다. 5000.



2017년 5월 29일 월요일

호모데우스

농장에 물을 준다.
커다란 물통에 지하수가 채워지길 기다렸다가, 스프링클러를 이용하여 한 시간여를 뿌려준다. 다시 세 시간여를 물통이 채워지길 기다렸다가, 다시 한 시간여를 뿌려준다. 농장 전체를 세 등분하여 한 번씩 뿌려준다.

밸브를 열어 물을 주고, 밸브를 닫아 물을 받는 일을 하며 하루 종일 책을 읽었다. 4일째 잡고 있는 유발하라리의 신작 ‘호모 데우스’라는 책을 마무리지었다.

기아와 역병과 전쟁에서 해방된 사피엔스는 불멸(不滅)과 행복(幸福)과 신성(神性)을 획득하고자 내달릴 것이며, 그 과정에서 신성을 획득한 소수의 특권계층만이 역할을 가져 신과 같이 영속하게 되고 그렇지 못한 나머지는 불필요해질 것이라고 말하는 책이다.

과거와 현재, 그리고 학문과 실험실과 현장을 넘나들며 인류의 현재 모습이 갖춰진 까닭을 말하고, 그와 똑같은 까닭으로 인류가 나아가게 될 길을 예견하고 있다. 그러면서 자신의 예견을 하나의 가능성으로 받아들여달라고 말하고 있다.

p542 ... 당신이 이런 가능성들 가운데 어떤 것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그런 가능성이 실현되지 않도록 새로운 방식으로 생각하고 행동하면 된다.
하지만 새로운 방식으로 생각하고 행동하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우리의 생각과 행동은 대개 현시점의 이데올로기와 사회 시스템에 얽매이기 때문이다. ...

맘모스가 소멸되었듯이 인류가 소멸될 운명에 처할 수 있는 방향으로 미래가 나아갈 수 있으나 우리가 새로운 방식으로 생각하고 행동하면 다른 결과도 나올 수 있다고 말하고 있다.

인공지능의 발전, 로봇공학의 발전, 비의식적 지능을 갖춘 알고리즘의 발전, 나노공학과 생명공학의 발전 등이 하루가 다르게 현실화 되고 있다. 그에 따라 현생인류를 그답게 만든 특성인 의식이 설 자리는 점차 좁아지고 있는 듯 보인다. 과연 우리는 소멸하게 될까?

우리는 어떠한 미래를 만들어 나가게 될지 잘 모르겠지만, 난 내일도 농장의 키위나무에게 시간 맞춰 스프링클러를 틀어 줘야 한다. 조속히 비가와서 가뭄이 끝나야 한다.

숙소 앞에서 뜯어온 방풍나물 잎이 제법 먹을만 하다.

2017년 5월 28일 일요일

키위 솎아주기

키위나무에는 꽃이 매우 많이 핀다. 암나무 수나무가 나뉘어 있고, 벌이 자연수분을 해 주던지, 인간이 인공수분을 해 주어야 한다.

암나무에 꽃이 적당히 피었을 때 수나무의 꽃핀 가지를 잘라 줘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암나무에 있는 모두 꽃들이 활짝 피어서 모두 수정이 되어버리고, 그렇게 맺은 모든 열매가 영양분을 나눠 가지다 보니 먹을 만한 크기나 당도를 가진 열매가 만들어지지 않는다. 곤충에 의한 자연수분에 의지하지 않고, 인공수정을 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긴 하다. 꽃 무더기에서 몇 개의 꽃에만 수분을 해 주면 되기 때문이다.

올 해는 좀 착오가 생겨서 엄청나게 수분이 되어 버렸다. 고생이 시작되었다. 실한 것들 몇 개를 놔두고 나머지는 모두 따줘야 한다. 이것이 보통 일이 아니다.


솎기 전

솎은 후
한 여름 같은 뙤약볕에서 필리핀 아줌마들을 고용하여 키위 열매 솎는 작업을 한다. 팔 들고 벌을 받는 것과 비슷한 일을 하루 종일 한다.

솎기 전

솎은 후

올해 초 해남으로 귀농하여 밤호박을 재배 중이신 만랩농부님을 오프라인에서 처음 만나 뵈었다. 좋은 인상에 좋은 마인드를 갖춘 분인 듯하다. 앞으로 많은 도움을 주고받기를 기대해 본다.
만랩농부님의 블로그 http://blog.naver.com/prologue/PrologueList.nhn?blogId=9951016


2017년 5월 27일 토요일

설아다원(蔎芽茶園) 한옥음악회

연일 맑은 날씨가 계속되고 있다.
5시 30분경 해가 뜨는 모습을 사진에 담아 보았다.




숙소 앞 텃밭에는 여러 먹을거리들이 있다. 방풍나물, 삼채, 산딸기, 완두콩, 상추, 깻잎...

방풍나물

삼채

산딸기

완두콩

숙소 근처에 있는 설아다원에서 한옥음악회가 있다고 하여 오후 다섯 시 무렵 방문했다.
한반도의 끝자락 외진 곳이지만 인물은 있고, 풍류도 있다. 일 년에 네 차례나 열린다고 한다. 참여하는 사람들의 호응도나 공연자들의 수준에 적잖이 놀랐다.
사물놀이

진도북춤

가야금산조

장고춤

한량춤

통기타공연

친구가 경품으로 받은 설아다원 쑥차

설아다원 http://www.seoladawon.co.kr/main/index.html

오후에 문득 아버지께서 숙소로 찾아 오셨다. 마음이 착잡하다.

2017년 5월 26일 금요일

항구

밥 먹고, 운동하는 시간을 빼곤 하루 종일 책을 읽었다.

No wind serves him who addresses his voyage to no certain port.
-Michel de Montaigne-
어디로 가고자 하는지 알지 못하는 사람에게는 어떤 바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몽테뉴-

내가 어느 항구를 향하고자 하고 있는지 점검해야 한다. 허망한 것들에 휘둘려 귀중한 시간을 많이 낭비 하였다. 이제는 여유가 별로 없다.

You will never reach your destination if you stop and throw stones at every dog that barks.
-Winston Churchill-
너를 향해 짖는 개들 때문에 매번 멈춰서 돌을 던진다면 결코 목적지에 다다를 수 없을 것이다.
-윈스턴 처칠-

이래서 늙으면 똥고집이 생기는 건가? 주변에서 뭐라고 하든간에 밀어 붙일 것은 밀어 붙여야 하겠다는 생각을 자주 하게 된다.

5월이 지나가고 있다. 장미의 계절 5월이...

숙소 주변에서 찾은 장미


2017년 5월 25일 목요일

독서

사람을 바꿀 수 있는 것에 세 가지가 있다고 한다.
땅, 사람, 책.

땅은 사는 곳을 말하는 것이리라. 혹은 생활환경을 의미하기도 할 것이다. 사는 곳이 바뀌어 사람이 바뀌었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좋은 쪽이든 나쁜 족이든 말이다.
서울에 가서, 유학을 가서, 군대에 가서, 깜방에 가서... 등등

사람은 확실히 사람을 바꾼다. 머릿속 거울신경세포가 가까이 있는 사람, 자주 보는 사람을 모방하게 하여 점차 닮게 만든다는 이야기는 과학자들이 하는 이야기가 되었다.
바라는 삶의 모습이 있다면 그 모습을 이룬 사람을 할 수 있는 한 가까이하고 동경하고 모방해야 한다.

책 속에는 땅도 있고 사람도 있다. 그래서 셋 중에 가장 영향력이 크다고 할 수 있다.
우리는 언제고 하고 싶을 때마다 존경하는 사람을 불러내 대화를 할 수 있다. 책을 통해서.
현재 나를 고민하게 만드는 문제들로 고민하던 많은 사람들을 책 속에서 만날 수 있고, 그들이 겪은 시행착오를 내 머릿속에서 시뮬레이션 해 볼 수 있다. 하늘아래 새로운 것은 없다 하지 않던가?
반복되는 역사적 현상에 대해서도, 수천 년을 내려온 철학적 사유에 대해서도, 상상할 수도 없는 크기의 우주 이야기와 생명의 경이로움을 이야기하는 과학적 주제에 대해서도 책을 통해 만날 수 있다.

오늘 또 한 권의 책을 마무리 하고, 새로운 책을 집어 들었다. 아주 유익한 책이었다. 우리를 중독 시키는 것들에 그저 그렇게 중독이 되어 살아가는 삶을 탈출하려는 근자의 내게 도움이 되는 책이었다.

우리를 중독시키는 것들에 대하여 
저자 : 게리 S. 크로스 , 로버트 N. 프록터 역자 : 김승진 출판사 : 동녘 | 2016.09.02

연일 볕이 좋다. 빨래를 했고, 아주 바짝 마른 수건을 걷어 볼에 비벼 보았다. 형언할 수 없는 안온함이 느껴졌다.



후배 문용진원장이 처자와 함께 다녀갔다. 자녀교육과 여행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미국여행은 자녀들이 조금 더 큰 후에 계획하라고 조언해주었다.



2017년 5월 24일 수요일

가뭄

가뭄이다. 전국적으로 다 그런다. 이곳 남도는 그나마 좀 나은 편이라고 한다. 이렇게 날이 가물면 밭작물들이 잘 자라지 않는다고 한다. 벼는 논에다 물을 끌어다대면 되지만 밭작물에는 일일이 뿌려주어야 하기 때문에 감당이 되지 않는다. 스프링클러를 이용하기도 하고 점적호스를 미리 설치하여 활용하기도 하지만 한계가 있다.

우리나라가 온대성 기후에서 아열대성 기후로 바뀌어가고 있다고 한다. 더위는 해마다 더 일찍 찾아오고, 봄과 가을의 가뭄이 심해지고 있다. 잘 지켜보아야 한다.

혼자 지내도 살림은 살림인 모양이다. 필요한 것이 꽤 많다. 몇 가지 소품들과 부식을 사러 해남읍에 다녀왔다. 덕분에 저녁 밥상이 풍성해졌다. 아울러 숙소 바로 앞에 있는 밭에서 상추와 깻잎을 따서 식탁에 올렸다. 뭔가 구색이 갖춰진 느낌이다.






2017년 5월 23일 화요일

운동

운동을 해야 할 필요를 느낀다.
슬픈 일이긴 하지만 어찌하랴 누구에게나 닥쳐오는 숙명인 것을.

일단 목표로 한 것이 있다.
Club Med Crazy Signs, 장작패기, 국궁, 턱걸이, 스콰트, 골프

Club Med Crazy Signs
기회가 될 때마다 동남아시아의 클럽메드로 휴가를 갔었다. 무제한 제공되는 술도 좋고, 쇼핑 등의 외부일정을 나가지 않아도 되고, 다양한 음식도 맘에 들고, 시끄러운 수영장과 별도로 마련된 조용한 수영장(Zen pool)도 맘에 들지만 무엇보다도 결정적인 것은 마누라가 좋아하기 때문이었다.
그곳에서는 하루 일과가 대부분 비슷하다. 오전에 수영장에서 아쿠아로빅을 하는데 하기 전에 음악에 맞춰 추는 춤이 ‘Crazy Sign’이다.
저녁이 되면 열리는 각종 쇼와 페스티벌의 서두를 장식하는 것도 경쾌한 음악에 맞춰 추는 춤인 ‘Crazy Sign’이다.
몇 번의 어색함을 떨쳐버리고 능동적으로 따라 하기 시작했을 때 크게 감명을 받았다. 몸 전체를 움직이게 하는 다양한 동작, 리듬감을 일깨워주는 스텝, 마음을 흥분시켜 들썩이게 하는 음악, 중간에 추임새를 넣게 만드는 과정 등등,
생각 같아선 인도 영화의 중간에 등장하는 춤을 배워보고 싶지만 난이도가 상당하고, 관절에 분명 무리가 갈 것이기에 포기했다. 태극권도 배워볼까 했지만 너무 적막하고 재미가 없다. 신명이 없다.
여러 가지 노래에 여러 가지 버전이 있으니 하나씩 배워서 하루 세 번씩 하기로 한다.



장작패기
해남은 따뜻한 곳이다. 그렇지만 겨울을 나려면 상당한 난방조치가 필요하다. 장작패기는 실용적이면서도 정신적 육체적으로 훌륭한 운동이 된다.

국궁
오래전부터 해 보고 싶었던 운동이다.

턱걸이
상체 운동에 이만한 것이 또 있으랴. 하루에 나이 수만큼 하기로 한다.

스콰트
하체 운동에 이만한 것이 또 있으랴. 하루에 나이 수의 두 배 만큼 하기로 한다.

골프
머무르는 곳에 채와 공이 있어서 휘둘러보는 정도로 한다. 좋아하는 운동이 아니다.


나이먹어서까지도 지속가능하며, 실용적이고, 비용이 들지 않으며, 건강에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운동들을 발굴하여 해 나가야 한다. 물론 재미있고, 즐거워야 한다.

시골 부동산

터를 잡아야 한다.
천 평에서 삼천 평 정도 되는 터를 잡아서 집을 짓고 활용할 계획이다.

시골에 기존에 형성된 마을은 좁은 도로와 협소한 주택들로 가득 차 있다.
사시던 분들이 돌아가셔서 빈집이 되어버린 경우도 많고, 점차 늘어가는 추세이다.
벼농사 위주의 농업구조였던 탓에, 사방이 논으로 둘러싸인 곳에 마을이 형성된 경우가 많아서 숲과 가까운 곳을 좋아하는 내 취향에는 맞지 않다.

귀농귀촌의 바람이 시작된 15년쯤 전에는 원주민과의 갈등도 큰 문제였다. 
하지만 지금은 별 문제가 되지 않는 듯하다. 원 주민이 별로 없고, 점점 더 없어져 가기 때문이다. 기계화가 잘 되어 있는 벼농사는 영농법인으로 뭉친 젊은 기업농들이 거의 다 맡아서 하고 있다. 나이 드신 어르신들이나 도시에 거주하는 지주들은 그들에게 논농사를 위탁한다. 도시지주들은 이곳에서 사시다가 돌아가신 어르신들의 자녀들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특별하다 할 것이 없는 이런 시골의 전답은 가지고 있든, 팔아버리든 별로 돈이 되지 않는다. 

기계화가 어려운 밭농사는 허리가 굽은 고령의 인력과 외노자들의 노동력에 의존하고 있는 형편이다. 해가 갈수록 고령의 인력이 줄어들고, 묵히는 밭들이 늘어난다고 한다. 기존 마을 인근의 밭은 그나마 덜하지만 마을에서 떨어진 곳의 밭들은 묵힐 수밖에 없다고 한다. 농사를 지어도 인력을 사서 하게 되면 수입이 나지를 않기 때문이다. 

귀농 귀촌의 바람이 15년여를 넘기면서 서울, 경기, 강원, 충북, 충남까지의 땅 값이 비정상적으로 상승했다. 서울의 부동산 값이 오른 것도, 전철의 개통으로 수도권 생활권으로 흡수된 것도 하나의 요인일 것이다. 아무튼 많이 올랐다. 

해남으로 귀촌해야 하는 이유를 적어 보았던 적이 있다. 꽤 많은 이유가 그 종이에 적혔는데, 저렴한 땅값도 그 중 몇 번째 이유에 속했었다. 그런데 땅끝마을이라 불리는 것처럼 서울에서 가장 먼 육지인 이곳 땅값도 최근 몇 년 사이에 상당히 올랐다. 

이곳에서는 작은 토지 매물들이 나오면, 동네에서 알음알음으로 알려져서 매매가 되어 버리는 경우가 많다. 부동산 중개업소를 통해 소개 받을 수 있는 매물은 덩치가 커서 꽤 값이 나가거나, 잘 개발되어져 있거나, 주택까지 지어져있어서 같이 구매해야 하는 경우이거나, 펜션 등을 할 수 있는 상업용 부지들이 대부분이다. 

지난 몇 년간 수도권에서 이곳의 부동산을 계속 살피고, 가끔 내려와 답사도 하곤 했지만 살만한 터를 구하기는 어려웠다. 마음 먹고 이곳에 내려와 있는 앞으로 3개월간, 최대한 노력해서 좋은 터를 잡아야 한다. 

오늘은 해남 원주민 두 분께 연락을 드렸고, 인터넷검색을 통해 알게 된 매물 두 개를 보고 왔다. 

하나는 집과 농원이 붙어있는 고가의 매물이었다. 집이 지어진지는 4년이 체 되지 않았고, 농원도 잘 관리되어 있었다. 이런 케이스에서는 왜 매물로 나왔을까를 알아보는 것이 중요하다. 인터넷을 통한 다양한 검색을 통해서 이 매물이 작년에도 다른 곳에 매물로 나왔었다는 것을 알았다. 그 게시판에서 당시 주인은 어깨질환 때문에 더 이상 관리할 수 없어서 매물로 내 놓는다고 했었다. 당시에 잘 팔리지 않았었던 것 같고, 이번에 내가 본 게시판에 또 매물로 올라온 것이다. 

귀촌을 준비하면서 집과 텃밭을 모시고 사는 사람들을 많이 보았다. 감당이 되지 않는 판을 벌려 놓고서는 몸을 고생시키는 것이다. 

아름다운 잔디밭을 관리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런데도 드넓은 잔디밭을 마치 자랑거리인양 보여주는 사람들이 있다. 물론 그들의 취향일 수 있지만 나는 결코 그런 잔디밭을 만들지 않을 것이다. 
넓은 텃밭도 그러하다. 농사를 지어서 수입을 얻어야 하는 처지라면 어쩔 수 없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텃밭도 짐이 된다. 

여하튼 그 매물은 너무 고가이기도 하고, 내게는 불필요한 농원의 값어치까지 더해진 것이었으며, 지어진 집도 내가 원하는 스타일이 아니었음에도 필요이상으로 값어치가 메겨져 있어서 마음을 접었다. 또 다른 몇 가지 이유가 있으나 세세히 밝히기가 쉽지 않아서 넘어가기로 한다.

다른 매물은 육백여평의 땅이다. 토목공사를 해 놓아서 바로 집을 짓기만 하면 되는 곳이었다. 전망도 괜찮은 곳이었는데, 토목공사가 너무 가파르게 되어 있는 듯 했고, 옆에 위치한 원주민 집에서의 전망을 보니 너무 비교가 되어서 꺼려지는 마음이 든다. 일단 후보로 올려놓고, 친구들의 의견을 들어 보아야 하겠다. 



매물에서의 전망
원주민 집에서의 전망




2017년 5월 22일 월요일

남창5일장과 살림 장만

오늘은 해남군 북평면의 큰 마을 남창리에 5일장이 열리는 날이다. 2일과 7일에 장이 선다.

남창은 지금의 완도대교로 해남과 완도가 연결되기 전에 완도의 물산이 육지로 넘어오는 길목이 되었던 마을이다. 사람과 돈이 많이 돌았던 곳이였다고 한다.

다리와 도로를 통한 물류수송이 많아질수록, 남창리는 활기를 잃었다고 볼 수 있겠다. 하지만 아직도 인근의 큰 마을로서 장이 서면 꽤 많은 사람들이 모여든다.

대개 시골장은 점심 무렵이면 파장하므로, 10시쯤 되어서 장으로 갔다.


점차 파장 되는 분위기였다.
한 바퀴 둘러보고 나서 필요한 것들을 좀 샀다.

감자 5000
양파 덤
좁쌀 반 되 7500
수수쌀 반 되 7500
마늘 10000


허리가 굽은 할머니에게서 샀는데, 두 가지 빼 놓고 모두 자신이 농사를 지은 것이라고 한다. 공판장에서 띠어다 파는 것과는 다르다며 자랑하신다. 잘 산듯 싶다.

시장 한 켠에 있는 식당에 들어가서 백반을 시켰다.
4000원짜리 백반을 맛나게 먹었다.


기존에 있던 냉장고가 작동을 안한다. 가지고 내려온 김치가 걱정된다. 전자제품매장에 가서 필요한 몇가지를 구매했다.

냉장고, 전기밥솥, 전기주전자, 멀티콘센트

해납읍에 있는 철물점으로 갔다.
없는 것만 없고, 있는 것은 다 있는 그런 곳이다.

팔뚝이 햇볕에 그을리는 것을 막아줄 토시를 샀다.
숙소 문에 설치하는 자석으로 된 방충망을 샀다.
침대를 뒤 덮을 사각모기장을 샀다.
파리채를 샀다.
실내에서 신을 슬리퍼를 샀다.


하나로마트에 갔다.
지도에 표시된 곳이 모두 하나로마트다. 나는 숙소에서 가까운 A하나로 마트로 가서 물건을 구입하곤 한다.

쌀, 캔참치, 칫솔, 간장, 식초

아침에 계획한대로 '만랩농부님의 하우스'와 '해남군 귀농귀촌 희망센터'에 가 보기로 했다.
하우스에는 밤호박만 열심히 잘 자라고 있었고, 희망센터에서는 커피 한 잔을 얻어 마시고 왔다.
귀농교육을 총 100시간 받으면 국가 지원사업에 지원할 자격이 주어진다고 한다. 전국어디서나 교육하는 곳이면 받을 수 있고, 인정이 된다고 한다.

해남군 귀농귀촌 희망센터

귀농 교육기관 연락처 


만랩농부님의 밤호박 하우스



냉장고가 배달되기를 기다리며 저녁을 챙겨 먹고, 운동을 했다.
내일이 지나면 이곳에서의 생활이 안정될 것이고, 계획했던 것을 시작해야 한다.



2017년 5월 21일 일요일

5월의 해남

여느 아침과 같이 일찍 일어나 밥을 챙겨 가족들과 식사를 했다.
한 달 이상 헤어져 있어야 한다는 것을 다들 알기 때문에 다정한 이야기를 많이 했다.

다섯시간을 달려 도착한 해남은 5월이 한창이였다.
짙은 녹색의 향연.


키위들은 마지막 수분 작업이 한창이다.
종류별로 수분을 하는 시기가 좀 다르다고 한다.
하긴 그래야 일이 부하가 좀 덜 걸릴것 같다.



키위는 암 수가 따로 있다고 한다.
암나무에 달린 꽃이 적당히 수분이 되면 수나무의 꽃이 달려 있는 가지를 잘라버리는 등등 여러 노하우가 필요하다. 한 꽃 송이에 3개정도만 남겨져 과일로 자라난다.

여기 해남도 비가 적게와서 가뭄이라고 한다.
요즘은 한 여름만큼이나 덥다. 기후가 너무 빨리 바뀌어간다.


단촐한 저녁식사.
맛나고 즐거웠다.

내일부터 많이 돌아 다녀야 한다.
새로운 만남들이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