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6월 8일 목요일

하루 세 끼

하루 세 끼를 챙겨 먹는다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다. 직접 밥을 짓고 반찬을 마련하여 먹는 것은 더욱 더 그렇다.

평소 우수개소리 삼아 “점심 메뉴 선택하는 것이 세상에서 제일 힘들다.”고 말하곤 했다. 백반, 자장, 짬뽕, 볶음밥, 냉면, 칼국수, 팥죽, 순댓국, 김치찌개, 라면, 뼈해장국, 수제비, 비빔밥, 오징어덮밥, 콩나물해장국, 냉모밀, 우동. 어차피 돌아가면서 선택하고 먹는 것들인데 선택해야 하는 순간에는 고민하게 된다.

여기서는 고민할 필요가 없다. 내려와 있는 동안 최대한 사먹는 음식을 피하기로 마음먹은 터라 선택의 폭이 많이 줄었다. 돼지김치찌개, 된장찌개, 미역국, 참치김치찌게, 콩나물국 중에 선택하면 된다. 많지 않게 준비하려 하지만 하다보면 냄비 가득 끓이게 되고, 네다섯 끼니 동안 먹어야 치워지는 경우도 있다. 한 번 선택하면 최소한 하루 동안은 선택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오늘은 참치김치찌게다. 앞으로 세끼는 먹어야 할 듯하다.





찬거리를 사기 위해서든 어떤 약속을 위해서든 농장 밖으로 나가는 일이 자못 설레어 진다. 태어나서 지금까지 이렇듯 홀로 있어본 적이 없었으니 당연한일일 것이다. 책을 읽거나 글을 쓰는 동안에는 느끼지 못하다가 가만히 하늘과 산과 들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적적함이 밀려든다. 익숙해져야 할 것이고, 그렇게 될 것이다. 텃밭이나 정원을 가꾸는 것에 집중하게 되면 좋으련만 내겐 내 나름대로의 생각대로 가꾸고 보살필 터전이 없다. 오늘도 새롭게 만난 몇몇 분들에게 부탁을 해 두었다. 인연이 되는 땅을 어서 만나고 싶다.

볕이 좋아 빨래를 했다. "삼 년 가뭄에는 살아도 석 달 장마에는 못산다."는 속담이 있다. 이틀여의 흐린 날씨에 눅눅한 기운이 온통 베어들었다. 햇볕도 좋지만 비가 더 내려야 할 텐데 무엇을 바래야 할지 난감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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