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7월 15일 토요일

전원주택을 크게 짓자

H빔 공법으로 지은 카페, 주방 화장실 객장 세 부분으로 되어 있음.

귀농귀촌에 대하여 관심을 갖고 자료를 찾아본 사람들은 시골에 큰 집을 짓지 말라는 조언을 여기저기서 보게 된다. 다음과 같은 것들이 그 이유로 내세워진다.

1. 돈 문제 : 초기 투자비용이 많이 들고, 정책적 세제혜택을 받기 어렵고, 나중에 팔기가 어렵다.
2. 유지관리에 시간과 노력과 돈이 많이 든다.

하지만 나는 큰 집을 지을 것이다. 다른 어떤 이유보다도 그것이 편리하기 때문이다. 이제 하나씩 따져 나가보도록 하자.

집의 입구인 현관이 좁을 경우에는 신발과 각종 잡동사니가 하나씩 쌓여 가는 공간이 되어 버린다. 땅값 비싼 도시에서나 그렇게 사는 것이다.
현관을 넓게 잡고, 신발장도 넓고 크게 만들고, 필요하다면 수도까지 설치해서 밖에서 안으로 들어올 때 장화를 세척하거나 손발을 씻고 들어올 수 있게 해야 한다. 모자나 비옷이나 우산을 둘만한 공간도 현관에 들어가야 하니 얼마나 커야 하겠는가?

침실은 말 그대로 잠만 자는 공간으로 만들어야 한다. 침실에 텔레비전을 놓거나 책상을 놓거나 티테이블을 놓는 것은 한정된 공간을 여러 가족이 나눠 사용하는 도시에서나 할 법한 일이다. 모든 것이 다 갖춰진 거실이라는 공간을 부부가 오롯이 쓸 수 있는데 무엇 때문에 침실을 작은 거실처럼 만든단 말인가! 침실을 작게 만들고 전열교환기를 설치하여 환기에 신경 쓰고, 에어컨과 난방 보일러배관에 신경을 쓰면 여름이든 겨울이든 저렴한 비용으로 쾌적한 수면환경을 조성할 수 있다.

전원주택에서는 거실이라는 공간이 가장 중요하다. 도시 생활에서 사무실과 같은 개념의 공간이다.

예전 집들은 자재도 없었고, 기술도 없었고, 유지관리 할 만한 비용이나 시간도 없었기 때문에 가능한 한 공간을 최대한 활용하는 방법을 사용하였다. 동일한 공간에 이불을 펴면 침실, 밥상을 놓으면 식당, 책상을 놓으면 공부방, 차탁을 놓으면 응접실이 되었다. 이제는 세상이 바뀌었는데도 과거 속에서 사는 사람들이 많다.

입식생활을 해야 한다. 나이가 들어 허리와 무릎, 특히 무릎이 망가져서 고생하는 여러 가지 이유 중에서 대표적인 것이 바닥 생활과 밭농사이다. 모두 양반다리를 하고 앉아 있거나 쭈그려 앉아 일을 하는 것 때문이다. 현관까지만 흙 뭍은 신발이 들어올 수 있게 하고 그 안쪽으로는 슬리퍼나 덧버선을 신고 생활해야 한다.

ㄱ 자로 꺾어진 크고 푹신한 소파는 허리를 망가뜨리고 정신을 흐리멍덩하게 만드는 가구이므로 들여 놓지 않는 것이 좋다. 잠시 휴식을 취하는 용도로는 심플하게 만들어진 1인용 안락의자나 흔들의자를 한쪽에 한두 개 두면 된다.

큰 거실에서의 생활은 마치 큰 사무실에서의 생활과 비슷하게 해 나가면 된다. 책장이나 장식장 등을 파티션으로 활용하여 부서 간에 구역을 나누듯이 공간을 분할하여 활용하는 것이다. 공간을 나눠 수납공간을 만들되 대형마트에서 짐을 보관하듯 수평과 수직공간을 모두 활용하는 식으로 수납하고 목록을 만들어 사용하면 아무리 많은 짐이라도 깔끔하고 명쾌하게 정리가 된다.

높은 천장과 넓은 창은 여러 장점에도 불구하고 냉난방의 비효율성으로 말미암아 전원주택 건축에서 배제되어야 할 요소로 여겨졌다. 이 역시 최근 몇 년간의 눈부실 기술 발달로 말미암아 옛이야기가 되었다. 단열재와 복층유리 및 단열시공법의 개선으로 냉난방의 비효율성은 극도로 줄어들었다. 예전에는 비용 때문에 엄두를 내지 못했던 기술들이 이제는 일상적인 기술로 자리 잡고 있다. 베란다를 확장한 15층의 아파트에서 거실을 바깥으로부터 차단하고 있는 복층유리 시스템창호를 보면 그 단열성능을 짐작하고도 남음이 있다.

무엇보다도 거실에서의 생활이 마치 야외에서의 생활에서 겉옷을 한 겹 벗은 모습의 생활이 된다면 난방문제는 한결 손쉬워진다. 바닥 생활을 해야 해서 거실까지 바닥 난방용 보일러를 돌리고, 높은 천정의 차가워진 공기를 덥히기 위해서 라디에이터나 화목난로 등을 써야 한다면 비용과 노력을 감당하기 힘들 것이다.

겨울에는 단열성능이 좋은 큰 창을 통해 햇볕을 충분히 받아들이고, 여름에는 접이식 어닝을 이용하여야 한다. 각자의 환경을 잘 살펴서 여름에는 천장선풍기와 커다란 팬을 가진 대형선풍기와를 활용하고, 겨울에는 화목난로나 벽난로를 활용하면 넓은 공간을 활용하면서도 냉난방의 부담을 없앨 수 있을 것이다.

널찍하고 높은 공간을 가진 거실에서 커다란 테이블을 놓고 의자에 앉아서 마늘도 까고, 텔레비전도 보고, 차도 마시고, 작업도 해야 한다. 여차하면 간이침대 여러 대를 놓아서 손님을 치르기로 하고, 스크린을 설치하여 영화도 볼 수 있고, 이웃공동체의 회의나 작업도 가능할 정도의 넓은 거실을 가져야 한다.

화장실의 크기도 커야 한다. 사실 화장실은 물을 사용하는 모든 활동이 이루어지는 공간으로 규정하여야 한다. 욕조와 세면대와 샤워기뿐만 아니라 세탁기와 건조기도 두어야 한다. 외발구르마나 휠체어나 가 들어갈 수 있을만한 입구와 경사로를 만들어 두어야 한다. 김장 조차도 화장실에서 할 수 있을 정도로 크게 만들어 놓을 필요가 있다. 따뜻한 물은 여름에는 전기온수기를 주로 사용해야 하고, 가을 겨울에는 전기온수기와 다른 난방용 보일러를 같이 활용해야 한다.

2중 3중의 방충망을 활용하여 해충의 침입을 차단하고, 업소용 청소도구들을 사용할 수 있는 재질로 바닥마감을 하면 청소에 들어가는 시간과 노력을 아낄 수 있다.

침실에서는 잠만 자고, 그 이외의 모든 활동은 넓은 거실과 넓은 화장실에서 이루어지는 집을 만들어보자. 편리하고 건강에 좋다. 공기 좋고 물 맑은 시골 아닌가.


댓글 1개:

  1. 원장님 전원주택 좀 올려주셔요..
    어떻게 지으셨나 궁금하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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