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10월 24일 화요일

경계측량



나에게 땅을 판 분이 올 봄에 땅의 경작권을 타인에게 임대해 주었기 때문에 그의 고구마경작이 끝날 때까지는 내 땅이어도 내가 이용하지 못하니 기다려야 했다. 1015, 16일에 걸쳐 고구마 수확이 이루어졌고, 나도 본격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현재 전으로 되어있는 지목을 대지로 바꾸기 위해서는 도로를 내야 하는데 현재는 맹지상태이기 때문이다. 도로를 내고, 농지를 대지로 전용하기 위해서는 인접한 토지와의 명확한 경계를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 남의 땅을 침범하면서 도로나 건물을 지어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전(; )*지목(地目; 사용 목적에 따라 토지를 구분하여 표시하는 명칭)*대지(垈地; 집을 지을 수 있는 땅)*맹지(盲地; 도로를 통해 들어갈 수 없는 땅)*농지전용(農地轉用; 농지를 농업 생산이나 농지 개량 이외의 목적에 돌려쓰는 일)
 
측량은 [한국국토정보공사]에 의뢰를 한다. 비용을 지불하고, 적당한 날짜를 잡는다. 그 날짜에 맞춰 이해 관계자들이 모여 측량의 결과를 확인해야 하는데, 이웃하고 있는 땅의 주인이 같이 나와 있어야 뒤탈이 없다.
 
측량이 끝나면 현재 전()으로 되어 있는 농지의 일부를 도로로 전용하는 허가를 관공서에 신청해야 한다.
그 허가가 난 다음에는 현재 전()으로 되어 있는 농지의 어느 부분, 어느 정도 넓이를 대지(垈地)로 전용(轉用)할 것인가를 건축설계사님과 상의하여 결정한 후에 관공서에 신청하여야 한다.
 
()이 대지(垈地)로 전환이 되면 집 짓는 공사를 시작할 수가 있다.
인허가에는 다소 시간이 걸리므로 그 사이에 설계를 진행해야 한다. 설계도면과 시방서가 손에 쥐어지면 그 도면과 시방서대로 공사를 진행해 줄 시공사를 찾아야 한다.
건설업체를 수소문하여 도면과 시방서를 바탕으로 견적을 뽑아달라고 요청하고, 몇 군데의 견적을 받아 본 뒤에 합리적인 곳을 시공사로 선정하고 공사를 시작하게 된다.
 
*시방서(示方書 : specifications); 공사의 진행을 위해 공사의 순서를 적은 문서; 시방서는 건물을 설계하거나 제품을 제조할 시 도면상에서 나타낼 수 없는 세부 사항을 명시한 문서를 말한다. 시방서는 사양서라고 부르기도 한다. 일반적으로 시방서에는 재료의 재질, 품질, 치수, 시공 방법, 공법 등을 표시하게 된다. 시방서는 도면과 함께 설계의 중요한 부분을 구성한다.*시공사(施工社); 토목이나 건축 등에 관한 일을 시행하는 회사.
 
원칙은 이러하지만 소규모 공사에서는 일이 이런 식으로 진행되지 않는다. 많은 비용을 들인 도심의 전원주택은 모르겠지만 시골의 전원주택은 저렴한 비용의 대가를 낯선 방식으로 치르게 되는데, 이 과정에서 10년쯤 늙는다는 사람도 있다
설계는 준공검사를 위한 것이라고 보면 되고, 시방서는 상세하지도 않지만 지켜지지도 않으며 형편에 맞춰 수시로 고쳐진다. 시공사나 건축주의 다양한 상황과 형편에 따라 공사는 설계도나 시방서대로 행해지지 않으며, 그에 따라 원래 추산했던 비용도 변하게 되는데 줄어드는 법은 거의 없다
시공사에서 쭉 해오던 방식의 공사가 강요되는 경우가 많은데, 경험이 없는 건축주의 입장에서는 항변을 하려야 할 방법이 별로 없다. 원래대로 하면 안 좋아서, 돈도 많이 들어서, 시간도 많이 들어서, 나중에 유지보수 하는데 공이 많이 들어가기 때문에 이렇게 해야 한다는데 어쩌란 말인가
나름의 정체성을 드러내려던 많은 시도들은 취소되거나 축소되거나 예상했던 만큼 기능하지 못하게 된다
큰 실망 속에서 이 난국에서 최대한 빨리 탈출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와중에 자연마저도 등을 돌리게 되는 사태가 생기면 건축주가 입는 내상은 수년의 치료를 요하는 지경이 된다. 예상치 못한 장마나 추위나 무더위는 일의 진행을 더디게 하고 완성도를 떨어뜨리게 되는데 이는 곧장 비용의 상승으로 이어진다.
 
나는 보이거나 알려진 것보다 더 많은 것이 숨겨져 있는 이 길의 시작점에서 몇몇 동지들이 앞서 간 길을 쫒아 두려운 마음을 품고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모든 것이 내게 달려 있지만, 그 어떤 것도 마음대로 할 수 없을 것 같은 기분이 나를 무력하게 만들고 있다. 하지만 내 삶에 대하여 책임을 지는 사람은 나다. 그리고 이번 귀촌 결정은 내 삶에서 어마어마하게 중요한 것이며, 그 시작과 끝이 지금 지으려는 집에서 이루어질 것이다. 매 순간이 나의 삶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치고 있음을 인지하고 책임을 무겁게 받아들여 행동해야 한다